《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2005년 영화입니다. 자살폭탄테러를 시도하려는 팔레스타인 두 청년을 담은 영화라고 합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과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유튜브에 영문 자막으로 올라와 있는 영상에 한글 자막을 작업하여 공유합니다.
<천국을 향하여> 영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김재명 지음) 책 속에 소개된 내용을 공유합니다.
<천국을 향하여>가 지닌 메시지
2000년 이래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부역한 혐의로 죽은 팔레스타인 사람은 모두 120명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들도 알란의 가족만큼이나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것이다. 그런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기에 더욱 마음 아파할 것이다. 자살폭탄테러를 주제로 한 영화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2005년)에도 팔레스타인 배신자의 문제가 팔레스타인 사회에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뼈아픈 상처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과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을 정도로 구성이 잘 다듬어졌고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강하다.
영화의 무대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북부에 있는 작은 도시 나블러스다. 영화는 나블러스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는 이스라엘 검문소의 살벌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문하는 이스라엘군과 검문을 받는 팔레스타인 여인, 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나블러스에 팔레스타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본 적이 있는데, 나무도 없는 돌산으로 도시가 둘러싸인 탓에 마치 거대한 감옥에 온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 도시의 변두리 중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수리공으로 일하며 따분하고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청년 사이드와 할레드. 영화는 어릴 때부터 친구인 이 두 청년이 자살폭탄테러 요원으로 선발되어 이스라엘에 투입되기까지 48시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이드의 집으로 어느 날 밤 팔레스타인 저항조직의 간부 자말이 찾아온다. 자말은 "들어봐, 사이드. 우린 복수하기로 결정했네. 내일 텔아비브에서 결행될 건데 할레드와 자네가 선출되었다네"라며 자폭테러 얘길 꺼낸다. 사이드는 놀라지 않고 그 제안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사이드는 그의 아버지가 이스라엘을 위해 부역을 한 배신자로 몰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처형당한 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기꺼이 자폭테러에 뛰어들려고 한다.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에게조차 다음 날이면 그가 죽게 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영화 속 팔레스타인 저항조직의 우두머리는 출정을 앞둔 두 청년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과업을 맡은 걸 영광으로 생각하게나. 알라신께서는 자진해서 천국에 오는 자들을 진정 기뻐하신다네. 우리들도 자네들의 영웅심을 높이 사네. 목숨 바쳐 투쟁하는 순교를 통해 내세에서 천국에 이를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두 청년은 '순교자'나 '영웅' 이라는 호칭이나 천국을 바라서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이라는 짓눌린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사이드의 친구 할레드는 내뱉듯이 말한다. "이런 지옥에서 사느니 상상 속의 천국을 믿는 쪽을 택하겠어!" 바로 이 말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놓인 21세기 식민지' 팔레스타인의 평범한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의 두께를 짐작할 수 있다.
다음 날 두 청년은 가슴과 배에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 영토로 넘어가려다가 그만 이스라엘군 순찰차와 맞닥뜨린다. 그 바람에 처음 계획한 대로 작전이 진행되지 못하고, 사이드와 연락이 끊긴 팔레스타인 조직에서는 사이드가 그의 아버지처럼 조직을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영화는 일이 틀어지는 바람에 덤으로 얻은 남은 삶의 시간 동안 흔들리는 두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억압받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보다는 죽음으로써 순교를 하고자 했지만, 막상 죽음을 코앞에 둔 젊은이들로선 당연한 심리적 갈등이라 하겠다. 영화는 결국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로 잠입한 사이드가 혼자서 이스라엘군들이 탄 버스 안에서 폭탄을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팔레스타인 배신자의 문제,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억압통치 아래서 느껴온 좌절과 분노를 생각하게 된다.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요원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사살은 팔레스타인 내부 협력자들이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 내부 협력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들은 협박과 회유 등 온갖 수단을 써서 협조자들을 길러왔다. 수법은 다양하다고 한다. 현금이나, 취직 또는 노동허가증 따위가 대가로 주어진다. 때로는 섹스가 회유수단으로 쓰였고, 말을 안 들으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은근한 위협이 뒤따른 적도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2대 축은 모사드, 신 베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