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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세 전망 - 국내 정치경제 정세와 투쟁방향 : 김승호 상임고문

  •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4.05.23
  • 조회수
    1764

2024년 정세 전망


국내 정치경제 정세와 투쟁방향


김승호(헬조선변혁 전국추진위 상임고문)


* 쟁점을 중심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판단할 지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차례> 

1) 경제

2) 정치

3) 전쟁

4) 총괄


1) 경제  


ㄱ) 단기적 관점에서


- 요즘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물가가 잡혀가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한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고 한다. 또한 금리인상과 긴축 조치를 했어도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며 1분기에 성장률(전기대비)이 1.3%에 달했다고(전년 동기 대비로는 3.4%다!) 자랑한다. 2024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 또한 종전보다 높게 잡고 있다.(2월 전망치인 2.1%에서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IMF에서는 이보다 더 높게 2.3%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와 성장률 등에 대한 이런 낙관적 전망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분석은 잠시 접어두고, 그러면 우리가 그 동안 계속 얘기해 왔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저성장의 동시병행)이 끝났는가? 요즘 자주 얘기되고 있는 3고는 경제와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금융을 비롯한 경제시스템 붕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 스태그플레이션은 과연 끝났나?

- 앞서 국제정세 발제에서 확인되었듯이 이미 2년 전부터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왔다. 이에 대한 대응이 긴축이었다. 각 나라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고자 금리를 높이고 재정규모도 줄였다. 한국에서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정부도 건전재정을 표방했다. 그러나 금리를 미국만큼 올리지 못했고, 재정긴축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22년에서 2024년 사이에 재정은 8% 증가했다.(본예산 기준) 이에 따라 고금리로 일시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여러 가지 국내외적 요인이 겹치면서(재정확대,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환율상승 등) 물가상승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대체로 3% 상회. 그림-2 참조)


그림-1 재정 동향 




인용: <연합뉴스> 2024.05.07., [윤정부 2년] ④ 건전재정 기조 속 2년간 4.3% 성장 .. 물가 6.7%↑ 민생시름


- 아직 경제성장률이 완전히 마이너스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분기 1.3% 성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나온 일시적 결과일 뿐이고 소비와 투자 등 다른 분야에서 성장 동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2%대 이상의 성장을 전망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이 확대되거나 미중 경제전쟁이 격화되면 성장률은 1%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물가는 3%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같은 높은 물가상승과 낮은 경제성장 추세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과연 끝났는가, 아니면 계속되고 있는가? 스태그플레이션은 끝나지 않았다. 완화되었을 뿐이다.


그림-2 소비자물가  동향 



인용: <머니투데이>, 2024.05.02,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9% ... 목표 진입에도 불확실성 여전 

그림-3 분기별 성장률 동향



    (자료 제공=한국은행)

인용: <뉴스웍스> 2024.04.25, 한국 1분기 성장률 1.3% ... 9분기 만에 ‘1%대’ 달성


㉡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의 3고는 경제와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고물가로 비상이 걸려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의 물가상승은 무엇 때문인가? 내수 증가 때문이 아니다. 성장이 둔화되어 명목소득이 오르지 않는 반면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낮아지는데 즉 대중의 주머니가 더 가벼워지는데 민중이 소비를 늘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소비자물가 상승은 주로 수입물가 상승과 고환율과 같은 대외 요인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 농산물 물가는 국내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수입물가의 경우 유가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중동전쟁의 지속과 확대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의 경우 한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거나 외환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기보다는 경상수지 이외의 요인에 따라 달러로 돈이 몰리면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그 원인은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미국의 고금리 국채발행, 미국 증시의 고공행진 등 복합적이다. 그래서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도 비슷한 고환율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엔저) 그러므로 상황에 커다란 변화가 없는 한 3고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3고에는 이상의 현상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원인 또한 그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 자본과 정권 그리고 그들의 언론은 3고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의 위험만 강조하는데, 3고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넘어서 수년 전부터 코로나19를 핑계로 제로 금리에다 천문학적 돈을 풀자 고물가 속의 불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었고(고물가, 저성장), 이것을 억제하고자 2022년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고금리), 그에 따라 물가는 다소 안정되었으나 성장이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저성장),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등의 구조적 연관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세계정세 발제를 참조하시오.) 지금의 3고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결합된, 그리고 그것에 기초한 3고인 것이다.   

- 3고는 경제와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스태그플레이션과 결합된 고환율/고물가/고금리는 무엇보다 먼저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 예컨대 자본은 고용을 줄이고 정리해고를 할 것이며 또 명목임금 삭감을 시도할 것이다. 3고는 자본에도 피해를 미칠 것이다. 여러 경로로 자본축적 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3고의 고물가는 실질임금을 저하시킨다. 이것은 고용사정 악화, 명목임금 삭감과 결합하여 노동자·민중의 민생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궁핍화 심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물가는 실질소득과 내수를 위축시킴으로써 판매와 생산을 떨어뜨리고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전자는 가계파산을 후자는 기업파산을 재촉한다. 

- 3고의 고금리는 가계와 기업에게 부담을 준다. 가계의 경우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가계수지가 어려워지고 파산 위험이 높아진다. 기업 또한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한계기업이 늘어나며 파산위험이 높아진다.  

- 3고의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값 상승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면 이것이 경영상 부담이 되어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한편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높아져서 노동자·민중의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이것은 가계를 압박한다. 한때 고환율이 수출을 늘려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이 늘고 국제수지가 좋아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 높아지면 상대국(또는 기업)에서 수입상품의 가격을 깎으려고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추출금액이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늘어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국제수지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반면 수입상품 가격이 일반적으로 높아지고 수출상품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낮아져서 그 나라의 실질 구매력은 저하한다. (달러 표시 국민총생산의 감소!) 이것은 국민경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일본이 바로 그 경우다. 그 결과 일본의 1인당 GDP는 감소해서 한국에 따라잡혔다.  

- 이와 같이 스태그플레이션과 결합된 3고로 인해 가계, 기업, 국민경제 모두가 더 악화될 것이다. 

 

그림-4 국제수지 동향



인용: <머니투데이> 2024.05.09., 4월 일시조정 전망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 ‘확고’ ... 변수는 ‘유가’


㉢ 시스템이 붕괴 할 것인가?

- 몇 년 전부터 시스템 붕괴의 우려가 있었지만 재정·금융 지원으로 아슬아슬하게 그런 사태를 막아왔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3고가 진행되는 경제상황에서 이 문제 또한 짚어봐야 한다.

- 현재 PF(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부채, 기업부채 이 세 가지가 수면 아래에서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올 봄 PF사업장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 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아파트 미분양 등의 사태로 건설부문에서 태영건설과 같은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이런 위태로운 상태에서 불황이 계속되면 건설부문에서 PF사업장 파산이 늘어나고 이것이 증권사,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국내 금융기관 기업대출이 지난 해 말 기준 1,900조원에 이르고(일설에는 1700조), 그 중 건설 및 부동산 부문 대출이 700조원에 이르며, PF 대출이 2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5월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합동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대책 방향’발표)

- 이와 더불어 한국의 기업 부채는 지난해 말 2,780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 2,236조원의 약 1.2배 규모다. 이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기업 10곳 중 4곳은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5 한계기업 동향                  

  

인용: <한경닷컴> 2024.03.29., 2780조 빚더미 앉은 기업들 ... 10곳 중 4곳은 이자도 못 갚는 ‘좀비’

  

- 다른 한편 부동산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가계가 고금리로 인해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98.9%로 이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최근 고금리로 가계부채가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최고다. 부동산 경기가 풀리면 주택투기용 차입이 늘어나서 가계부채는 또 증가할 수 있다. 그러다가 집값이 폭락하면 차입금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에서 파산이 이어질 것이다. 이 역시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이다.  


그림-6 가계부채 동향 


인용: <국민일보> 2924.05.10.,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한 ... 빚 규모 줄었지만 여전히 1위


- 앞서 말한 스태그플레이션과 3고가 이미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상의 세 불안요소까지 더해지면 2024년에도 시스템 붕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2024년은 어찌어찌하여 넘긴다 하더라도 이후에도 시스템 붕괴, 즉 공황의 가능성이 내재된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ㄴ) 중장기적 관점에서 


㉠ 인구감소의 파장: 저성장이냐, 마이너스 성장이냐?

- 4월 2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 '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 기사를 보면 “한국경제는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했으나, 그 뒤 2020년대에는 연간 성장률이 평균 2.1%로, 2030년대에는 평균 0.6%로 둔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2040년대에 이르면 성장률이 매년 0.1%씩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 이것은 제로성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일본이 디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을, 여타의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저물가와 제로 성장을 보여 왔는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이 노멀(normal, 정상적 상태)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보다 빨리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국제금융자본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조차 마이너스 성장을 말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을 세계최저의 출산율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서 구하고 있는데, 그 두 가지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추세이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결코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 경기후퇴가 도래한다면 2020년대 후반에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 AI 혁명의 파장: 위기 극복이냐 기계에 의한 인간의 창조적 역할의 대체냐?

- 마이너스 성장은 자본 축적의 존망의 위기다. 이를 극복하고자 자본은 한편으로 제3차 세계대전을 획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한마디로 생성형 인공지능인 AI혁명인데, 이것이 노동자들의 고용을 감소시키고(인간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그리고 임금을 하락시킴으로(정신노동 영역에서 숙련노동을 단순노동으로 탈숙련화 함으로써) 노동과 자본 사이와 노동내부의 분배 양극화를 가속화 할 것이다.

- 그러나 AI혁명은 이렇게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점에서 종래의 산업혁명들과 기본적인 성격을 같이 하지만 그것이 미치는 파장은 기존 산업혁명들을 뛰어넘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정신활동을 대신함으로써 세상에서 유일한 창조적 존재인 인간의 세계 속에서의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다. 인간이 자본(기계)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기계)이 인간을 통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을 둘러싼 대상세계에 대한 인간의 주인된 지위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기계를 지배하는 반자본주의 사회혁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퍼펙트 스톰

- 2008년 리먼브라더스(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이후 10년간 자본은 제로금리와 천문학적 양적완화를 통해 땜방 처방을 해왔다. 그러나 이 땜방 처방은 퍼팩트 스톰이 재차 폭발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2019년에 선진자본주의 권역에서 다시 경기가 추락하면서 제2차 퍼팩트 스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미국은 부랴부랴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이라는 구실로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더 규모도 크고 시기적으로도 더 단기집중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금리는 급히 제로금리로 되돌아갔다.  

- 이런 상황이 되자 미국을 위시한 세계 자본주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했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으므로 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또 이렇게 스태그플레이션이 오자 자본은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고금리와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기업파산 위험 때문에 재정과 금융의 지출은 크게 줄이지 못했고 금리만 높였다. 금리도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여 1차 스태그플레이션 당시인 1970년대 말처럼 크게 높이지 못했다. 그 결과 어정쩡한 상태,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극복되지는 못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 이런 상태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오를 것이고 금리를 높이면 경기가 추락할 것이다. 즉 둘 사이에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상태가 형성된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면 노동자는 실업 증가와 실질임금 감소로 구매력을 상실하고, 기업들은 과잉생산과 적자로 한계기업에서 나아가 파산기업으로 내몰린다. 장기적으로 고물가 속의 불황이 지속될 뿐 아니라 어느 시점엔가 반드시 퍼펙트 스톰 즉 파국이 도래할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법칙적이다! 

- 이런 파국적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까? IMF 당시처럼 금 모으기로,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대응할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대안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부분적 질적 변화든 전면적 질적 변화든,  혁명적 변혁 이외에는 없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지금 곧 사회주의 혁명을 추진하자는 것은 아니다. 파국의 원인이 자본주의인 만큼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활동가들 안에서 그런 이념적 지향이 없으면 자본의 반동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민중의 선두에 서서 가열차게 투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2) 정치


㉠ 제도 정치권: 보수양당 협치냐, 윤석열 정권 타도냐?

- 협치는 4.10 총선 이후 패배한 윤석열 정권부터 노선을 바꿔야 가능할 수 있는데, 정권 출범선언 할 때부터 드러났듯이 상전(독점재벌, 미 제국주의)이 부여한 수구적 노선을 바꿀 수 없다.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소통이 부족해서 잘못했다고는 해도 방향을 수정하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윤 정권의 노선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한국 천민자본주의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이 체제를 긍정하는 한 노선 수정은 불가능하다. 상전들의 입장이 이처럼 확고하기 때문에 이재명과 협치하려고 하면 윤 정권은 내외 지배세력으로부터 비토되어 정권에서 추방될 것이다. 그러므로 협치는 불가능하다. 

- 그렇다고 이재명이 노선을 수정하여 윤석열 정권과 협치를 할 수도 없다. 그런 노선수정을 할 경우  이재명 또한 지지층으로부터 비토될 것이다. 

- 보충설명을 하면, 두 보수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분점하고 심하게 다투는 것은 이른바 87년 체제이다. 이 체제는 군사독재에 대한 대안으로 내외 지배세력이 도입했다. 이 87년 체제는 노동계급의 진출에 따른 보-혁(노동-자본) 권력구조, 정치지형이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수양당은 이 87년 체제의 담당자(agent)이다. 그들은 실제로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점에서 공통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노동과 자본이 대립하는 것처럼 날카롭게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노동계급은 정치적으로 봉쇄되고 무력화된다! 따라서 보수양당의 이런 진영적 대결 모양새는 노동계급이 정치적으로 크게 진출하여 87년 체제를 타파하고 보-혁 대결지형으로 변혁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그러면 야당은 윤석열 정권을 탄핵으로 축출할 수 있는가? 야권 의석이 200석에서 8석 부족해서 탄핵이 힘들다고 하지만 탄핵이야말로 민중봉기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 촛불혁명 당시 탄핵안은  국회의원들이 민중항쟁에 의해 견인되어 국회에서 가결됐다. 또 설령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인용을 거쳐야 하는데 민중의 거대한 투쟁이 없이는 헌법재판소가 쉽게 탄핵안을 인용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탄핵안도 헌재에서 부결된 바 있다. 현 정치질서 하에서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역풍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야당의원들은 몸조심할 것이다. 이재명 또한 사법 리스크가 있고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 그러므로 당분간은 협치도 아니고 탄핵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당파에 대해 조선일보조차 “둘 다 악이다,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을 차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렇게 어느 한쪽도 헤게모니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두 악의 지루한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으니만큼 단정은 금물이다. 

- 중대한 정치현안들을 방치한 채 두 악의 정쟁 사이에 교착상태가 길어지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만 누적되는 상태가 조성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 1년 더 나아가 윤석열 정권 임기 말까지 지속될 지도 모르고, 그 전에 민중봉기가 일어나 윤석열 정권이 축출될지도 모른다. 당장 1년 안을 내다보면 민중봉기가 일어난다기보다는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그로 인해 민중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가는 상태를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양당 독재 타도를 선전·선동할 공간이 지금보다 넓어질 것이다!) 

- 그러나 좀 더 길게 보면 윤석열 정권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민중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노선이 국민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나 오른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행태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치에 비해 너무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 노동자·민중의 행동: 냉소주의냐 급진화냐?

- 일반 국민들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기존의 정치성향에 따라 적극 투표했다고 본다. 그리고 조직 노동자들의 많은 수는 야당에 투표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조 노선 때문에! 그러나 일반 노동자들은 계급적 정체성이 약하여 지역에 따라 또는 세대에 따라 투표했을 가능성이 많다.  

- 2030 젊은 층을 보면 문재인 정권에 기만당하고 나서 윤석열 정권에 기대했는데, 이에 또한 실망하면서 4.10총선에서 많은 수가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기권했다. 투표했으나 무효표를 만든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이 세대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러나 냉소가 분노로 전환되어 행동으로 나설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제정세를 살펴볼 때도 말했듯이 3년 안에는 파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1년 안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민중의 절망과 분노가 냉소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누적되면 머지않아 거대한 저항과 파국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많다. 


㉢ 급진화의 방향: 소부르주아(쁘띠) 급진주의냐 노동계급 급진주의냐?

- 이처럼 대중의 분노가 행동으로 전화되었을 때 두 가지 성격을 가진 흐름과 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하나는 소부르주아 급진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계급 급진주의이다.

- 소부르주아 급진주의 그룹으로는 촛불혁명 당시 민주당을 지지한 그룹 가운데 민주당에 대한 일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소부르주아 급진주의 흐름이 있다. 대표적 인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내세웠으나 ‘천안함 자폭, 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이라는 등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어 중도 사퇴한 이래경씨가 있다. 이 그룹은 민주당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지만 민족문제나 전쟁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은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반북적인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데 있어서, 동북아 전쟁을 위해 구축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한미일 동맹에 반대하는 데 있어서, 민주당이 단호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생각에서 위에서 말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독자적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렇게 불신에서 분노와 행동으로 나서려고 하는 이 그룹은 민주정치 문제에서도 나름 급진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현재와 같은 대의제 의회가 아니라 시민의회를 만들어 지방행정 기구를 밑으로부터 통제를 해야 한다며 활동하고 있다. 이는 제도권 권력을 차지하는데 급급한 민주당의 ‘개딸’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들의 성격은 초계급적, 즉 소부르주아적으로 급진화된 민족민주주의라 할 것이다. 

- 이들은,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정세에서 윤석열 정권의 퇴행적이고 부정적인 행태는 계속될 것이고 민주당이 이를 단호하게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윤석열 정권 타도 내지 퇴진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을 모아내어 투쟁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노동계급 급진주의의 경쟁자가 될 것이다.

- 그러면 소부르주아 급진주의에 맞설 수 있는 노동계급의 급진주의가 가까운 시일 안에 형성될 수 있는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이 급진화를 하겠는가? 그러나 현 정치정세에서 노동자 대중의 급진화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이런 급진화는 조직노동자의 상층부분인 기득권 노동자 혹은 노동귀족층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직노동자 가운데도 중소·영세·비정규·여성 같은 비 기득권 노동자들 속에서 급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의식이 굳어진 세대보다는 아직 사회정치 의식이 굳어져 있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서 그런 급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기존의 진보 정당과 정파들은 노동계급 급진운동체로 혁신할 수 있을까?

- 기존 운동권 안에서 자기 혁신을 통해서 노동계급 급진주의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할 정당과 정파는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일례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구 해방연대)는 기득권 노동자층에 의거하여 민주주의 혁명 없이 사회주의를 기치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트로츠키의 ‘이행기 강령’ 비슷한 것을 채택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 강령과 현 체제를 부분적으로도 변혁하지 않고 개혁하려는 개량주의 강령의 혼합물에 불과하다. (이행강령이란 민주주의 혁명 또는 민족민주 혁명을 달성한 이후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 관한 강령이다! 그 다음은 사회주의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 즉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강령이다.) 이들에게는 반자본 급진민주주의 혁명이라는 단계 설정이 없다. 아니 혁명에 대한 계획이 아예 없다. 이들은 아마 끝까지 민주당과 함께 반 윤석열 전선을 구축하는 데 매달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구축하는 반 윤석열 전선은 반 자본 전선이 아닌 반 수구 전선이다.

- 사회주의 단체 연 하는 ‘노동전선’도 다르지 않다. 노동절 홍보물에서 민주주의 투쟁을 말하고 있는데, 그 민주주의는 반자본(천민자본주의 변혁) 민주주의가 아니라 천민자본주의 파쇼체제의 상부구조의 변화에 불과한 반파쇼, 반수구 민주주의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반 윤석열 전선의 가장 왼쪽이 되려고 할 뿐 스스로 민중권력을 세우는 주역이 될 생각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단체 연 하지만 실은 소부르주아 급진주의 운동체에 불과하다.  

- 소위 좌파라고 하는 PD파 그룹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의당은 사실상 파산했고(손호철 경향신문 칼럼을 보라!) 노동당은 너무나 존재감이 없다. 민주노총 내 단체인 ‘좌파결집’은 노동해방을 표방하고 있으나 민주노총 정치세력화에 매몰되어 있다.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과연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자기혁신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 천민자본주의 파쇼체제를 혁명·변혁하는 데로 떨쳐나서겠는가? 기득권 노동자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일부는 혁명과 변혁 쪽으로 견인될 수 있으나 그들의 다수가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특혜적 조건이 이들의 급진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 정치세력화의 추가 수년 전부터 이미 개량주의 진보정당 지지가 아니라 민주당 지지로 기울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합원들의 정서를 반영하여 진보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왼쪽으로 견인되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좌파결집의 진보당 맹비난은 도덕적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이지는 않다. 거기에는 인과분석이 없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근거한 이들의 진보당 비난은 또 실천적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과연 자신이 채택한 정치방침 대로 계급적·변혁적으로 나아간 적이 있는가? 그 구조적, 역사적 원인은 무엇인가?

- 이와 같은 상황이므로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기존 정당이나 정파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기층 노동자·민중에게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받고 사랑받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민주노총 또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 실천적 함의

- 이와 같은 대중의 상태와 노동운동의 상태로 볼 때 정치적으로 저항의 잠재성 - 최악과 차악이 분점한 현재의 부르주아 권력과 그들의 정치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강한 불신과 분노로부터 생겨나는 - 이 높은 정세 속에서 민중들의 분노가 냉소를 넘어 행동으로 표출될 때 이들을 하나의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대항헤게모니 세력으로 결집시킬 대항헤게모니 집단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집단이 존재해야 천민자본가계급의 권력과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떨쳐나서는 노동자·민중을 대항헤게모니 세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앞서 경제전망에서 지금은 기존 자본축적 모델의 위기이므로 자본조차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우리는 국제금융자본이 추구하듯이 이 위기를 새로 혁신된 자본축적 모델을 만드는 기회가 되게 방치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기존 모델을 뿌리에서부터 갈아엎는 것을 계획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그 축적모델의 밑바탕에 있는 천민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천민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독점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독점재벌을 해체하려면 반드시 민중권력을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급진 민주주의 혁명이다. 이런 노동계급 주도의 급진민주주의 혁명을 통해서만 노동자·민중이 세상의 완전한 주인은 되지 못할지라도 국가권력의 주인이 되고 사회와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소부르주아 급진주의가 내세우는 민족문제, 전쟁문제, 기후변화 문제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고통과 절망 속에 놓여 있는 기층민중을 혁명과 변혁으로 떨쳐나서게 추동하지 못할 것이다. 최악의 자본주의인 천민자본주의 헬조선을 만든 체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여타의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들, 반제 민족자주 문제, 한반도 전쟁과 제3차 세계대전 반대 문제, 기후위기 문제 등을 결합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급진민주주의 혁명을 추진할 대항헤게모니 세력을 크고 강하게 형성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대항헤게모니 ‘세력’ 형성에 앞서서 대항헤게모니 ‘집단’을 튼튼히 꾸려야 할 것이다.


3) 전쟁 


㉠ 동북아 전쟁위기는 매우 임박한 위기다.

- 앞서 국제정세에서 언급했으므로 중복은 피하고자 한다. 결론만 얘기한다면 전쟁 위기가 매우 임박해졌다.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미 제국주의가 이미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므로 동북아에서의 일전을 두고 계산이 복잡할 것이다. 전쟁에 실패하면 패권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미 제국주의는 정치경제적 상황의 악화에 따라 바로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지만 섣불리 전쟁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자본과 제국주의도 전쟁 개시에 앞서 준비할 것이 많지만 전쟁을 반대하고 저지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준비할 것이 많고 시간이 필요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준비할 일은 무엇인가? 대외적으로 미 제국주의의 전쟁책동을 폭로하고 규탄하는 일도 병행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고 민중권력을 전취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 대만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이 전쟁에 끌려들어간다?

- 그간 북·중 간 갈등이 많았지만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정세 하에서 중국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최근 조선에 보냈다.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은 방문에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확고부동한 우리의 전략적 방침”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전하며, “양국의 전통적인 우의는 양당과 양국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맺고 정성스럽게 키워온 것” “중국은 양국 관계가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돕기 위해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 중국의 이런 행보는 현 정세가 제3차 세계대전의 확전에 따라 동북아 차원의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것과 그런 정세 하에서 한가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만 되뇌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서는 충돌 없이 현상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으로는 중화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넓히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 조성된 제3차 세계대전 정세는 한반도에 대한 그런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 제국주의의 도발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으로서도 그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핵무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동맹을 더욱 강화해 미국이 조선을 향해 전쟁을 도발하지 못하게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중국은 이제야 이런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 동북아에서 북·중·러와 한·미·일은 지정학적 관계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북·미 간 전쟁이 발발하면 동서해상에 미국 함대가 들어올 것이고, 북이 전쟁에 패하기라도 하면 중국 또한 미국에 포위되기 때문에 결코 손 놓고 보고 있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대만과 중국이 전쟁을 해도 마찬가지다. 대만을 둘러싼 중-미 전쟁에서 중국이 미 제국주의에 패하면 조선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승리하기 어렵다. 중미 전쟁에 조선은 결코 손 놓고 보고 있을 수 없다. 


㉢ 한반도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막아야 한다! 

- 이와 같이 북·미간의 한반도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중·미간의 전쟁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만에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한국은 이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다. 그것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중국은 거기에 끌려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가 비현실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한반도 전쟁이든 대만 전쟁이든 그것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전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선발 제국주의 진영 전체와 그에 대항하는 후발제국주의 진영 전체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 이 세계대전에서 어느 한 편에 서서 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인류와 노동계급의 선택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인류 절멸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한민족의 절멸을 가져오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설사 어찌어찌해서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것은 폐허 위의 승리, 피루스의 승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전쟁 저지의 핵심 고리는 남한에서 민중권력을 수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민중권력이 수립되어 전쟁에 반대하는 상태에서 미·서구 제국주의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하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동북아에서 전쟁을 도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참여 없이 미·일 제국주의는 조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리고 조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고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4) 총괄 


- 지금 시기에 우리 운동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제는 헬조선 변혁과 제국주의 전쟁도발 저지이다. 이것은 남한 천민자본주의 권력을 타도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남한 천민자본주의 권력에는 수구보수 당만 아니라 중도보수 민주당도 포함된다. 이-팔 전쟁에서 이들이 국회에서 함께 이스라엘과 미국 편에 서서 하마스를 규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민중권력을 쟁취해서 전쟁을 막고 천민자본주의 파쇼체제를 변혁하는 과제는 격변하는 정세가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더욱 긴박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다시 식민화되고 분단된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서나, 일제 식민지 때부터 이식된 지배·착취 질서인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나(이 과제들은 한국에서는 근본변혁의 과제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선행단계이다. 

- 그 막중한 임무가 우리의 어깨에 걸려 있다. 하지만 혁명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만 노동자·민중이 떨쳐나서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라는 말의 무게에 가위눌릴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는 두려움 없이 그 수천만 노동자·민중의 선두에 서기만 하면 된다. 선두에 서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나 함께 선두에 서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므로 우리를 선두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단결이 우리의 철칙이다. 노동자에게는 언제나 단결이 철칙이고 생명이다. 단결해서 전진하고 투쟁으로 혁명하자! 투쟁!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