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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법의 문제점 - 집단적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3.07.19
  • 조회수
    2937

한국 노동법의 문제점

-집단적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조경배/순천향대



Ⅰ. 한국 노동3권의 실제


1. 빈껍데기만 남은 노동3권과 사회적 불평등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01년 한국의 사회권의 상황에 관한 최종견해에서 “국가보안법을 통해 강제되고 있는 요새 심리(fortress mentality)의 만연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UN Economic and Social Council, Concluding observations of the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E/C.12/1/Add.59, 21 May 2001).


▶ 2022년 8월 기준 노조조직률 12.4%, 이 가운데 정규직 18.9%, 비정규직 3.1%. 이 지표는 한국에서의 노동3권의 위상을 바로 보여준다.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한 전제조건인 노조의 조직률 자체가 참담한 수준에 놓여있음. 노조의 조직률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대체로 그 나라의 임금 불평등이나 복지 수준, 즉 그 사회의 노동자가 처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보여주기 때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9년 자료를 보면, 일본은 16.8%, 영국은 23.5%, 캐나다 26.1%, 이탈리아 32.5%, 핀란드 58%, 덴마크 67.0% 등이다. 단체협약 적용률(효력확장제도)로 따지면 OECD 평균(32.2%)의 거의 1/3 수준.


▶ 노조조직률의 저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자기방어 권리조차 무력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조조직률이 낮으면 노동자는 시장에 나온 물건과 다름없이 취급되어 시장 법칙이 인권 논리에 앞서게 되고 그 결과 임금 격차는 확대되며 불평등은 더욱 심화한다. 노조가 없으면 임금 등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의하여 정해지기 때문.


▶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은 국가가 던져주는 복지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실현하는 민주적인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주춧돌이자 필수적인 요소.


▶ 한국의 노동3권은 이를 억압하고 제약하는 온갖 노동관계법령과 이를 빌미로 한 행정권의 오남용(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반헌법적이고 모순투성이의 법 해석에 속박되어 노동자는 노동인권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되고 통제되어야 하는 성장주의의 단순한 도구(인적자원)로서 취급되어 옴.


▶ 1948년 제헌헌법 시부터 노동3권은 헌법적인 권리로서 문서화 되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고, 현실의 법령과 제도 속에서 쉽게 무시됨. 이러한 사정은 지금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정치적·시민적인 권리는 상당 부분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노동3권은 견고한 자본의 힘과 정부의 통제 아래 거의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성적인 담론에 따른 법과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여전히 노동자들의 단결과 고통 어린 투쟁을 통해서만 힘겹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실정.


2. 노동3권 보장의 법적인 의미


▶ 노동3권의 보장은 사회보장법의 성립과 함께 20세기 인류의 가장 중요한 법적 혁신이다. 노동3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형적인 약자인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자본이라고 하는 사회적 권력과 그 남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


▶ 노동3권의 보장은 재산법 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초래된 부자유와 불평등에 대한 교정기능을 수행. 현실적인 개인을 모두 자유롭고 동등하다고 가정하고 전개된 근대 시민법의 모순에 대하여 노동법은 수정원리로서 등장. 계약자유의 원칙은 교섭력의 차이 때문에 노사 간에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허구적인 관념에 기초한 것이고 노동3권은 개인적인 부자유와 불평등을 집단법적 원리에 따라 교정하는 것. 이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업권임. 만약 파업권이 없다면 노동자는 사용자가 제시한 근로조건이나 기존의 근로조건이 아무리 불리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이에 저항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단이 없으므로 사용자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1)


3. 사회진보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파업권의 의의


▶ 결사와 표현의 자유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요소이며, 특히 파업은 역사적으로 노동자의 고유한 의사표시 형태


▶ 파업권은 단체교섭을 유리하게 이끄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자유민주 사회에서 정치적 저항의 방식으로서 더욱 폭넓은 기능을 수행한다. 파업권은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중요한 항의 수단이다. 노동자는 사용자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노동관계의 상대방이기도 하지만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시민이다. 역사적으로도 노동자는 국가 및 사회공동체의 일원인 시민으로서의 관심을 파업이란 형태로 표현해 왔다. 특히 억압적인 정치체제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경우에는 이런 형태의 저항이 자주 일어난다. 노동자들이 사회진보의 수단으로서 파업에 의존하는 것은 곧 현실 정치의 실패를 의미함. 억압적인 노동 관련 입법은 노동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서 파업은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경제적 정치파업의 중요성).


 Ⅱ. 노동3권에 관한 한국의 법 구조와 특징


1. 노동3권에 대한 법의식의 왜곡


▶ 노동3권에 관한 인권의식의 부재는 노동관계법령의 입법과정과 사법적 판단에서 숱한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


▶ 인권의식의 부재는 한국 노동법의 성립과 그 후 전개과정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 노동법은 서구의 일반적인 발전과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구에서는 노동조합이 불평등에 맞서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적 주체로서 근로대중을 대표하고 또 노동운동의 성과로서 정치적 자유권의 보장과 함께 노동3권을 확보해왔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서 보통선거권의 쟁취와 함께 노동조합은 합법적인 단체로 승인을 받고 그 활동에 대해 국가와 자본의 형사·민사상의 책임추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 한국에서는 해방 후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이념 대립이 노동법과 이론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친일세력과 미 군정에 의해 노동조합운동이 붕괴하고 이어 전쟁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적인 대립 속에서 1953년 국가에 의하여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노동법이 제정되었다. 게다가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주도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는 정치적 군사주의와 맞물려 다른 시민적·정치적 권리들과 함께 노동3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빌미가 되었다.


▶ 노동3권의 보장을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훌륭한 기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이유로 반국가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불법으로 몰아갔던 오랜 타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 노동3권의 보장은 경제성장의 장해요소로 인식되었고 노사의 자율적인 타협이 아닌 강압적인 산업평화의 유지가 노동법과 정책의 핵심적인 과제가 됨.


▶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동3권의 전면적인 유보 하에서 형성된 노동법령과 정책의 기본 틀이나 이론적인 경향이 전반적인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 심지어는 최근의 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노동관계 분야에서의 법령과 법적 이데올로기는 부분적인 변화가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기에 형성된 기본적인 틀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나친 국가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노동3권 행사에 대한 통제와 형벌의 적용은 여전하며 수억대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여기에 노동 유연성의 강화를 빌미로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고용 불안정이 심화하고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적 신자유주의와 과도한 국가주의의 사상적 결합이 여전히 노동법령과 법 이론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적인 배경.


2. 노동3권에 대한 통제 위주의 억압적인 법체계의 온존


(1) 노동법이라기보다는 치안 경찰법적인 성격의 노동조합법


▶ 한국의 노동관계법령의 내용과 노동 행정은 노동3권의 인권성을 몰각한 채 단결활동에 대한 감시와 통제로 일관. 노동법이라기보다는 일제강점기의 치안경찰법에 가깝다.2) 형식적으로는 노조설립과 운영 및 활동을 보장하는 듯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국가권력 기구가 노조를 불온시하고 형벌을 무기로 경찰적인 통제를 해왔다.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그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여 행정관청이 직접 관장함으로써 노조설립과 가입을 곤란하게 만들거나 단체교섭, 쟁의행위 등 단결활동에 대한 실질적, 절차적 제한을 통하여 여기에서 한 치라도 벗어나면 형벌을 가하는 입법 태도는 자주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단결권보장 정신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 나아가 국가가 인정하는 노동단체가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까지 가하는 노조법의 규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조항이다.


(2) 형벌조항의 난무


▶ 노동조합법은 그 목적조항과 일부 선언적인 조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지와 처벌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겨냥한 조항이 대부분이어서 노사관계에서 우월적이고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사용자의 규제에 중점을 둔 노동법으로서의 성격이 거의 없다(근기법이나 최저임금법 등과 비교).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용자의 단결침해행위에 대하여만 부당노동행위로서 일부 규제조항을 두거나 전적으로 노사 자율에 맡기는 다른 나라들의 노동관계법령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현행 노조법은 100여 개의 조항 가운데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노동3권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다. 노동조합의 운영과 활동에 대하여는 40여개 항목의 형벌 조항과 과태료 부과 조항을 두고 있다. 특히 쟁의행위와 관련해서는 최고 5년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953년 전쟁 중에 제정된 최초의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조차도 벌칙조항은 10개가 조금 넘었고 벌칙의 내용도 최고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구류, 과료, 벌금형이 전부였다. 노동조합법이 이렇게 치안 경찰법적인 성격으로 변질된 것은 1963년 이후 군사독재정권이 노동조합의 발전과 노동자의 권리의식 성장을 의도적으로 저지하고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관리와 통제의 노동정책의 산물이다. 이러한 노동관계법령의 반인권적인 성격 탓에 UN의 사회권위원회와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등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법 개정 권고와 비판을 받는 것이다.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과 노동법의 변질


▶ 한국의 노동3권의 상황은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하여 더욱 악화하였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자본과 노동 간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자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어 심화하고 차별이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노동법령과 법이론, 노동정책, 이데올로기에 있어서 전반적인 자본 권력의 강화와 노동인권의 악화가 심화함.


▶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법은 다시 한번 크나큰 도전에 직면하게 됨.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의 잔존과 노동3권의 극단적인 억압적인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경제의 글로벌화라는 급격한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듦.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 이데올로기가 우리나라의 노동3권의 현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대로 노동법 분야에 밀려들어 옴. 과거 경제성장이나 국가안보를 앞세워 극단적으로 노동3권을 억압하였던 노동정책 및 입법의 경향이 이제는 다시 국가 경쟁력, 노동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논리로 재포장되어 노동법이나 이론이 가지고 있는 반자유적이고 반민주적인 성격을 온존시키는 토대가 되고 있다(2003년 대법원의 경영권 판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


▶ 노동법 이론 영역에서도 일각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함께 산업구조 및 고용구조의 변화를 강조하고 노동법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명목으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법 대신 민법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면서 근로계약법의 제정을 주장하기도 한다.


▶ 법이 실제로 기능하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다른 나라에서 유행하는 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입하여 우리의 상황을 더욱 호도하면서 지적 식민지 경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


▶ 자본에 대한 노동 종속의 모습은 변하고 있으나 종속의 본질은 오히려 변하지 않고 심화하여 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함. 노동법의 역사적 의의는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대. 플랫폼 노동의 확산, 고용계약과 구분되는 근로계약의 특수한 법적 지위, 단체교섭의 형태, 결사의 자유, 파업권 등의 의의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의 필요성은 있으나 그 근본적인 가치는 오히려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음.


▶ 새로운 패러다임이 강조하는‘자유’라는 보편적인 가치는 오로지 재산가의 자유, 자본축적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특정한 영역 내에서만 존중되고 있을 뿐 대다수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자유, 직접적인 참여와 표현의 자유는 지속해서 억압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 한국 사회의 노사갈등의 격렬한 모습은 수십 년에 걸친 억압적인 법체계와 노동정책에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이 비난하는 노동조합의 전투성은 노동정책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정 법령과 법 이론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노동인권에 기초한 민주적인 새로운 이론들의 개발과 법률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법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양면성 및 허구성과 함께 노동법과 이론 및 판례에 뿌리 깊게 박힌 과도한 국가주의적 경향성의 극복이 필요하다.


4. 법률가에 의한 노동3권의 왜곡


(1) 노동3권과 생존권의 관계에 관한 몰이해


▶ 노동관계법령의 억압적이고 치안 형법적인 성격과 노동인권 의식의 부재는 노동법이론 분야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헌법을 경시하는 논리가 지배적인 학설로 굳어졌고 여기에는 법률가들도 일조하였다. 노동법의 이념적 기초인 생존권 사상을 개인주의적인 경제적 자유권에 대한 제약원리로서, 자유의 보편화 또는 균등화로서 발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재산권과의 단순 비교·형량하거나 아니면 절대적인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전제로 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 결과 노동3권이 가진 자유권적인 개방성과 독자적인 의의는 부정되고 생존권 실현을 위한 단지 부차적인 권리나 수단적인 권리로 전락하였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연대하여 능동적으로 생존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동3권의 의의는 무시되고 단지 국가에 의하여 시혜를 받는 수동적인 객체의 지위에 노동자들을 가두고 만다. 이러한 이론적인 편향성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3권의 제한이나 금지를 너무나도 쉽게 허용하는 태도로 나타난다(전교조 위헌 결정, 평화적인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적용 등).


▶ 노동3권과 생존권의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노동3권이 가진 자유권적 성격을 부정하고 국가에 의하여‘주어진’또는‘허용된’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노동3권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논리적 장치가 되었다. 더불어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단체교섭권의 수단 또는 보충적인 것으로만 이해하는 단체교섭권 중심의 사고는 그러한 왜곡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단체교섭의 합법적인 범위를 매우 좁은 의미의‘근로조건의 결정’으로 제한하고 쟁의행위의 목적과 단결권의 주체를 여기에 직접 결부시킴으로써 노동3권의 전 영역을 극도로 왜소화시키고 만 것이다.


▶ 이와 같은 경향성은 노동3권의 정상적인 행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현행 노동관계법령에는 노동3권의 행사에 관한 제한금지 조항이 매우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고 그 위반에 대하여는 주로 형벌을 통하여 강제하고 있으므로 노동3권 보장의 핵심적인 법적 효과라고 할 수 있는 단결활동의 민·형사면책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단결활동이 이른바‘정당성’판단의 엄격한 요건(주체, 목적, 수단과 방법, 절차)에 따라 형벌 및 손해배상책임의 추궁대상이 되고 이로써 노동3권은 사실상 권리로서의 의의를 거의 상실하게 되어 헌법 및 노동조합법의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노동3권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하지만 이는 노사자치 및 자율을 집단적 노사관계의 법이념으로 하는 오늘날의 보편적인 노동법적 사고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노동3권은 국가에 의하여‘주어진’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통하여 국가로부터‘획득한’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유권적 속성을 지니고 있고, 다만 이와 충돌될 수 있는 다른 자유권과의 관계에서 균형과 조정이 필요할 뿐이다.


▶ 본래 생존권은 자유권의 수정원리로서 소수의 재산가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현대적인 규범 원리이다. 경제적인 의미에서 자본가의 자유와 대립하는 노동3권의 생존권적 성격을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원리로써 이해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한 단체교섭권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이는 결국 노동관계법의 개정이 단순히 몇 개 조항의 수정이나 폐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면적인 개혁과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파업권을 부정하는 수입 법리의 만연


▶ 노동3권 가운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헌법상 용인된 하나의 제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그 권리성에 대하여 매우 소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독일의 다수설이 미친 헌법 왜곡 현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


▶ 독일이나 영국의 보수적인 노동 법리의 무분별한 수용(쟁의행위 사전 투표제, 쟁의행위의 사회적 상당성론 등). 영국이나 독일은 파업권을 노동자 개인의 법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으며 한국의 노조법과 같은 쟁의행위를 전방위적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형벌 조항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맹목적인 이론.


(3) 집단성·조직성 자체를 범죄행위로 보는 전근대적인 공모법리의 잔존


▶ 파업에 대한 한국의 판례·학설의 지배적인 사고방식과 논리체계는 단결 자체를 근원적으로 위법시한 과거 18~19세기 서구자본주의 국가의 공모(conspiracy)법리 유산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모법리란 노동3권이 합법적인 권리로 승인되기 전에 이를 부정하던 보통법(common law)상의 법리로서 모든 집단적인 의사 표현이나 행동에 손쉽게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장치였다. 이는 극단적인 개인주의 법사상에 기초하여 2인 이상이 위법한 목적(계약위반)을 위해서나 위법한 수단(근로제공의 거절)을 써서 행했을 때는 공모행위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법리이다. 모든 쟁의행위는 집단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 자체가 위력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기본적으로 충족한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논리나 쟁의행위를 전체로서 하나의 행위로 보고 포괄적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 노동조합이나 그 임원에게 집단적인 민사책임을 묻는 대법원의 논리도 이러한 공모법리와 동일한 정신적 토대 위에 서 있다. 실정 노동법 및 이론에 내재한 공모법리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한 이론적 기초를 정립하는 길이다.


1875년 공모죄 및 재산보호법 제3조에서는 “노동쟁의에 관하여 단독으로 행하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한 동일한 행위를 여러 사람이 단결하여서 해도 형사공모로서 소추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형사면책을, 1906년 노동쟁의법 제1조에서는 “노동쟁의의 기획 또는 수행에서 2인 이상의 합의 또는 결합에 기초하여 한 행위는 그것이 그 합의 또는 결합이 없어도 제소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제소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민사면책을 인정하였다.


Ⅲ.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구체적인 문제점


▶ 헌법 정신과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기본목적에 충실할 때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기본적인 법이념 또는 원리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음.


▶ 헌법에서는 도출되는 자주성 원칙이 기본적인 법원리가 되고 현대 법질서의 보편적인 원리인 민주성 원칙과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된 노동3권의 사회경제적 인권성이 그 바탕이 된다.


▶ 현행 집단적 노동관계법령이 이러한 법리 및 이념에 맞게 실현되려면 단지 몇 가지 독소조항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방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이러한 원리에 반하거나 그 정신을 외면해 온 폐해가 법령과 제도, 법리 속에 누적되어 쌓여 왔기 때문. 따라서 기존의 법령과 이에 터 잡은 법원의 법리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1. 자주성 원칙


(1) 헌법과 노동조합법의 기본이념


· 헌법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노동조합법 제1조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ㆍ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 노동조합법 제5조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 집단적 노동관계법을 규율하는 법이념과 기본원리에 따른다면 자주성 원칙은 노조 결성을 비롯한 모든 단결활동과 관련하여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국가권력의 행사에 있어서 따라야 할 핵심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자주성 원칙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된 노동규범이며, 노동자의 단결활동을 국가가 법률이나 행정작용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통제하고 강제하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노동기본권이 국가에 의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역사적인 형성과정을 되돌아볼 때 국가 역시 사용자와 함께 노동기본권의 중요한 침해자였다. 이런 점에서 노동기본권은 정치적·시민적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회적인 투쟁의 산물로서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중요한 법적 성질의 특징을 이룬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 노동기본권을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제18조)라고 규정한 것도 노동기본권이 가진 자유권적 성격과 국가와의 갈등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노동기본권의 자유권적 특성은 권리의 실현방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시민적 권리와 유사하고 이러한 성격은 국가적인 적극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근로권(제32조 제1항)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의 권리(제32조 제3항), 사회보장의 권리(제34조)와 같은 다른 사회권(또는 생존권적 기본권)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 한편 집단적인 노동관계의 직접적인 대항자로서 사용자도 필연적으로 노동기본권의 침해자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용자로부터의 노동기본권의 억압 또는 훼손의 방지와 이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자적 역할이 필요하게 되고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권과는 이질적인 사회권적 특성이 가미된다. 노동기본권의 법적 성격에 있어서 이러한 사회권적 특성은 법의 역사에 있어서 인간존엄성 존중 정신의 발전의 현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추상적·형식적 차원에 머물렀던 근대 시민법상의 개인주의적인 자유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구체적·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힘쓴 노동운동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2)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노동관계법령과 원천봉쇄형 노동 행정


▶ 현행 노동조합법이 겉으로는 헌법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이러한 반헌법적인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운용과 해석에서 노동3권의 목적과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입법적인 개혁이 필요.


▶ 법 해석론에 따르면 노동조합법상의 여러 조항을 구분하여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단지 확인한 것과 헌법이 보장한 것 이상의 특별한 보호를 설정한 것으로 나누어 노조의 자격요건(헌법상 단결체와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법적 분리)과 결부시키는 견해도 있지만 이러한 견해는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구분 자체가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것이다. 자주성과 자율성을 본질로 하는 노동단체법 영역에서는 자격요건의 설정 자체가 국가에 의하여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고 또 실제로 악용되어 온 우리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국가에 의한 차별적 취급으로서 노동통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 노동3권이 기본적으로 자유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현행 노동조합법은 그 목적조항의 취지에 반하여 노동3권의‘제한적인 허용’에 오히려 무게를 두고 있다.


▶ 노조의 결성과 운영,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의 체결, 쟁의행위의 결의와 쟁의권의 행사 등 노동3권 행사의 전 과정에 걸쳐서 신고의무 또는 절차상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여기에 노조법상의 형벌 및 일반 형법상의 형벌 위협을 통하여 법 준수를 강요하는 원천봉쇄형 노동 행정.


▶ 노동3권의 행사에 대하여 권리의 행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써 위법 시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만 이를 허용하는 태도를 보임.


▶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주성 원칙의 핵심은 단결활동 자유의 보장이다. 단결활동 자유의 보장은 국가권력의 행사가 지켜야 할 개입의 한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국가권력이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의 보호란 측면에서 노동관계에 개입하는 때도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기법과 같이 국가가 노사 간의 사적 계약의 내용인 근로조건의 설정에 직접 개입하는 개별적인 노동관계법과는 달리 집단적인 노동관계법 영역에서는 노사당사자가 스스로 갈등을 해소하기를 기대하는 자주성 원칙을 강조하는 것도 국가권력의 위험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3) 자주성 원칙에 반하는 관련 법 조항


▶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노조법 전반에 걸쳐 산재


▶ 노동자 개인의 권리성을 부정하는 조항(비공인 파업 금지 조항 등)


▶ 쟁의권행사와 관련하여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겨냥한 노조법상의 모든 형벌 조항. 대부분 형사책임의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음(예를 쟁의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노조법상의 형사책임은 누가 지는가?)


▶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곧바로 민·형사 책임과 징계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노동쟁의, 쟁의행위 등 정의조항.


▶ 민·형사 면책의 기준이 되는 정당성 여부의 판단기준(민사면책의 경우에는 정당성 요건이 없음에도 판례에 의하여 인정)


▶ 조합규약의 보완 요구권과 설립신고서 반려제도, 노조 명칭의 사용금지, 조합규약·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 등의 행정관청의 과도한 간섭행위.


▶ 본말이 전도된 법형식의 사례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87호 협약 비준과 함께 형벌 대신 사법적 효력 부인으로 변경), 노조의 권리가 아닌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서 규제하는 근로시간면제 상한제도


▶ 교섭창구단일화제도(단체교섭단위의 결정은 노조가 스스로 판단해야 할 사항)


2. 민주성 원칙


(1) 조합민주주의


▶ 자주성 원칙이 국가나 사용자 등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개입을 배제하는 원리라고 한다면 조합민주주의는 조합 내부의 조합원 간에 지켜져야 할 규범 원리이다. 노동조합의 내부운영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하여 구성원인 개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하여 개별적인 계약의 자유가 제약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근로조건 규제기능은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과에 의하여 조합원 개인의 개별교섭을 금지하고 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을 부정한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강력한 집단적 성격으로 인하여 노동조합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면 조합원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봉건적인 위계질서와 전체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탓으로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초가 약한 한국에서는 노동조합도 쉽게 관료화되거나 어용화되기 쉽다. 따라서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위하여 법적 규율이 필요하고 이런 범위 내에서만 단결자치의 원칙은 제약을 받게 된다.


▶ 노동조합법에서는 노조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 중에는 단결자치와 조합민주주의 원리 간에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도 있지만 조합민주주의를 빌미로 과도하게 조합의 내부운영에 개입하여 단결 자치를 침해할 소지가 많은 것도 있다. 조합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노조가 조합 간부의 전횡을 막고 일반 조합원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규제나 감독은 그러한 한도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고 그 범위를 일탈하여 노조의 무력화를 기도하는 등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조합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위헌이 될 수 있다.


▶ 조합 임원의 임면에 관한 노조법상의 각종 규정은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위하여 국가가 지도적인 역할을 행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조합의 내부관계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조합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길 우려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조합자치의 영역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함. ILO는 노동조합의 자율성은 조합원들이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자신의 대표를 선출할 권리를 가질 경우에만 보장될 수 있으므로 공공기관은 조합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과 관련하여 이 권리를 제약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사용자와 합의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총회 인준절차는 조합대표자의 독단이나 어용화를 막고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서 조합민주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음.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를 노조법 위반으로 판단.


▶ 조합 간부 또는 특정 조합원에 대한 쟁의행위의 보복적 성격의 선별적 해고나 손해배상청구. 조합원의 균등한 참여와 운영이라는 조합민주주의의 기본원리와도 맞지 않음. 노동조합의 간부이든 단순 노무 정지자이든 간에 각자가 자신의 쟁의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그것의 남용으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면 각자가 쟁의 과정에서 행한 구체적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이라고 보아야 함.


▶ 쟁의찬반투표 의무 조항과 그 위반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2) 기업 민주주의


▶ 민주주의 원리는 조합 내부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노사 간에도 지켜져야 할 원리이다. 기업 운영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지만 기업 내 복지와 고용 및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 등에 관하여는 노동자의 집단적인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함.


▶ 기업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두 기제는 대체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단체교섭제도와 생산과정에서의 전제적 경영권을 제약하는 경영참가제도이다. 기업별 단체교섭이 주축이 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이 두 제도가 어느 정도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경영참가제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노사협의회제도는 거의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실효성 있는 공동결정권과 기업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경영참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음


▶ 단체교섭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조조직률의 향상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 확보, 쟁의권의 충실한 보장 등이 필요하다.


▶ 그밖에 단체교섭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파업권의 온전한 보장, 특히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노동쟁의 정의조항의 개정도 필요하다. 정리해고, 부서·조직의 통폐합 등 고용 및 근로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한 저항의 경우에도 쟁의목적이 될 수 없고 형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


(3) 산업민주주의


▶ 시민이 선거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정치적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산업민주주의란 노동자의 고용과 근로조건, 단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참가와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정치파업과 동정파업에 관한 법적 논란은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민사책임 문제와 관련되지만, 한국에서 업무방해죄 등 형사 문제로 취급됨.


▶ 정치파업의 정당성 확보. 합법성을 부인하는 장해 조항들 개정. 노동3권과 관련하여 산업민주주의의 주요 실현수단은 파업. 정치파업 또는 경제파업이라 불리는 이런 방식의 파업은 현행 노동관계법령의 구조 내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되어 있음. 순수 정치파업이라 할지라도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부를 위법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아니라 시민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목적을 내건 정치참여는 그것이 비록 파업을 무기로 하는 것이라도 대중적인 무관심을 일깨우고 참여민주주의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폭력이나 파괴행위 등 직접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등에 위해를 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파업 자체를 범죄행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정치적인 항의 방식의 하나로서 파업이 가진 더 넓은 기능을 규범적으로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동정파업도 동일. 기업별 노동조합이 지배적이고 노동자들 간에 계급적인 연대의식이 약한 한국의 경우에는 동정파업이 흔하지 않고, 다만 학설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본집중으로 인한 기업집단의 증가, 사업장의 국제적인 이동에 따른 경제의 글로벌화 현상 등은 노동자의 초기업적 및 국제적인 연대와 동정파업의 필요성을 점점 증대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LO의「협약 및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도 동정파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노동자들이 지원하는 원 쟁의 자체가 적법한 것인 한 동정파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태도.


3. 사회경제적 인권으로서의 노동3권


(1) 의의


▶ 노동3권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보편적으로 승인된 사회경제적 인권.


▶ 과거 노동3권의 인권으로서의 보편성 및 상호 관련성에 대하여 소극적인 한국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은 한국이 제87호를 비준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또는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을 이유로(교원의 노동자성에 대하여 이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한국 정부) 단결권의 인권성을 부인하였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에 규정된 결사의 자유와 ILO 제87호 협약의 결사 자유, 그리고 우리나라도 1990년에 비준한 두 개의 국제인권규약(1966년에 채택된 시민권규약과 사회권규약)의 기본적 인권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인권들은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권들은 모든 인간 문명의 근간이 되는 가치로서 개별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과는 관련이 없으며 이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 한국도 UN 및 ILO의 회원국이므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노동권 관련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


(2) 관련 국제법 규범


◌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세계인권선언 제23조 4항).


이 규약의 당사국은……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는 자유 인간의 이상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경우에만 성취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사회권 규약 및 시민권 규약의 전문)


모든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에 가입하는 권리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과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시민권규약 제22조 제1항).


모든 사람은 그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관계단체의 규칙에만 따를 것을 조건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그가 선택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권리를 갖는다(사회권규약 제8조 제1항).


▶ UN 사회권위원회는 노동3권이 법과 실제에 있어서 모두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


▶ 세계인권선언에서 노동3권에 관한 조항은 제20조(평화적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로서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집단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순수하게 노동자만의 권리를 정한 것은 제23조 제4항으로서 자신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제20조와 제23조의 밀접한 관련성이다. 통상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조직권을 구분하여 제20조가 노동인권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으나 그렇지 않다. 이는 노동3권을 자유권의 하나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류이다. 생존권을 자유권에 대립하는 서로 모순된 권리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사고방식이다. 특히 노동인권 가운데 노동3권은 자유권의 일환으로서 그 연장선에 있으며 노동자들(근로관계)에게 보장된 특별한 권리이다. 이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경제적 민주주의로 발전해나가는 데 필요불가결한 법 원리 또는 법적 매개물이다. 자유의 평등한 분배 또는 보편화의 길을 여는 권리로써 노동3권을 이해해야 한다. 국제인권규약에서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이 점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 규약의 위반이 되지 않는 예외적인 직종으로 시민권규약은 군대와 경찰의 구성원을, 사회권규약은 추가로 행정관리(일반 공무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를 의미함)를 명시하고 있다. 사회권규약에는 추가로 전국적인 연합단체 또는 국제조직의 결성 및 가입권(제8조 제2항), 자유로운 활동권(제3항), 파업권(제4항) 등을 보장하고 있다. 


◌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의 보호에 관한 ILO 제87호와 제98호 협약(2021.4. 비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는 지속적인 진보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 국제노동기구의 목적에 관한 선언(필라델피아 선언) 제1조 -


노동자와 사용자는 누구나 그 단체의 규칙만을 따를 것을 조건으로 하여 사전 승인 없이 스스로가 선택한 단체를 조직하거나 그 단체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제87호 협약 제2조).


▶ 제87호의 경우도 예외는 군대와 경찰의 구성원뿐이다.


▶ 제98호 협약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이나 반조합계약 등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의무가 주된 내용이다. 제87호 협약이 국가로부터의 자유의 원칙을 규정한 것이라면 제98호 협약은 사용자로부터의 자유의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결국 이 두 협약의 핵심은 노동자의 결사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과 자본권력 모두로부터 자주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 사회적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결권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 이 문서가 채택되기 이전에도 이미 1919년의 ILO 헌장이나 1944년의 필라델피아 선언(헌장의 부속서)에서도 이러한 원칙들을 선언한 바 있다. 즉 ILO 헌장의 서문에서는 불의와 고통과 결핍에 대항하기 위하여 단결 자유의 원칙을 확인하였고 필라델피아 선언은 단결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함께 지속적인 진보를 위한 본질적인 요소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  ILO 노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


▶ ILO는 기본적인 노동권과 인권의 상호 관련성 및 보편성에 대한 의심들에 대응하여 1998년 6월 ILO 총회에서 ‘노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을 채택하였다.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에 관한 2개의 협약을 비롯하여 모두 8개 협약을 모든 회원국이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해야 할 기본협약으로 선언하였다.


▶ ILO 회원국은 비록 이들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ILO의 회원국이라는 바로 그 사실만으로 기본협약에 내포된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원칙들을 ILO 헌장에 따라 신의에 따라 준수하고 존중하며 촉진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제2조). 또한, 이러한 권리들은 경제발전의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나라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ILO 회원국은 이 선언과 그 후속 조치(정례 보고서 제출, ILO의 점검의무, 준수 국가에 대한 자원의 지원 등)에 구속된다. 이 선언은 ILO 기본협약의 바탕이 되는 원칙들을 재확인하고 모든 회원국에 이 원칙들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적용하도록 촉진제의 역할을 하였다. 1919년과 비교할 때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ILO 회원국임을 고려하면 이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 ILO 대부분의 회원국이 비준한 이들 협약에 직접 저촉되거나 양립할 수 없는 관련 법령들과 행정지침 등을 정비해야 함.


(3) 인권성 원칙에 반하는 관련 법 조항


▶ 노동3권이 일절 인정되지 않는 일정 범위의 공무원


▶ 단체교섭권의 범위와 절차가 일정 정도 제한되는 공무원, 초중등학교 교원, 정부 투자기관 종사자


▶ 단체행동권이 금지된 비 현업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특수경비원, 청원경찰, 일정 정도 제한되는 선원,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자


▶ 근로자 정의조항의 엄격한 해석 때문에 제한되는 특수고용노동자, 정치활동 목적의 노조 요건 제한 조항 등


Ⅳ. 맺는말


한국도 여느 국가들처럼 헌법이나 노동조합법에서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른 국가들과 전혀 다르다.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어 법령으로 정한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킬 때는 다른 국가들과 유사하게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들을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전혀 다른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고 증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로부터 완전히 배제된다. 단결 및 단체교섭의 자유조차도 보장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체의 쟁의행위가 기본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간주되고 형벌, 손해배상, 해고 기타 징계처분의 위협에 곧바로 노출되며 심지어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벌금형에 처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평화적인 파업과 같이 단순히 집단으로 노무제공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어 형벌을 받게 될 수 있고 나아가 화물 운송노동자의 경우에는 업무복귀 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강제노역의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국가의 극단적인 관리와 통제 체제가 여전히 한국 노동법의 본질적인 특질을 이루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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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파업권이 없는 협약자치(Tarifautonomie)는 ‘집단적 구걸행위(kollektives Betteln)’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 바 있다(BAG v. 10. 6. 1980 AP Nr. 65 zu Art. 9 GG Arbeitskampf).


 2) 1900년 일본 군국주의 시대 제정된 치안유지법은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운동, 농민운동 등 모든 민주주의 대중운동을 탄압한 법인데 노동운동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사형 법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김순태, 업무방해죄에 관한 연구, 인하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