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변혁 경북추진위원회 발기문
2017년 6월 6일
지난해 10월 말 촉발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그 동안 억눌리고 잠재돼 있던 민중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헬조선(“지옥 같은 대한민국”)으로 표현되는 미래의 꿈이 없는 현실을 비롯하여,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 사회 양극화와 갑을관계 속에서 “이게 나라냐” 라는 저항과 투쟁의 함성이 전국의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연애, 결혼, 출산, 직장과 내 집 마련 포기라는 5포를 넘어 희망과 인간관계까지도 포기하는 절망적인 사회를 바꿔내고자 빼앗기고 짓밟히는 노동자·민중들인 동수저·흙수저 계급이 거리로, 광장으로 떨쳐나섬으로써 촛불혁명의 불꽃이 거대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힘으로 4.19혁명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독재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역사적 사변을 이루어냈다.
남한 사회의 천민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피지배계급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민중은 이 혁명 이전에도 끊임없이 투쟁을 전개해 왔었다. 하지만 그 투쟁들은 변혁의 전망을 갖고 힘차게 수행되지 못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크게 고양되고 양적·질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노동자·민중은 ‘박근혜 퇴진’을 선전구호가 아닌 반드시 달성해야 할 행동구호로 삼고 온힘을 다해 투쟁했다.
나아가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라 세월호 학살을 비롯,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온갖 누적된 악폐(적폐)와 적폐를 빚어낸 구체제를 청산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고생들이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고, 헬조선을 변혁하자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헬조선의 악의 축들인 새누리당, 독점재벌 국정원, 수구언론, 정치검찰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는 반드시 퇴진되어야 했고 박근혜 퇴진 이후에도 혁명은 계속될 예정이었다.
이런 위력적이고 진취적인 촛불혁명의 성공으로 박근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되었다. 그에 따라 새 정부를 선출하는 대선이 치러졌다. 이번 대선은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하도록 민중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에서 치르는 사후 절차였다. 따라서 수구정당은 마땅히 심판받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져야 했고, 그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촛불혁명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던 수구정치세력은 홍준표 후보를 앞세워 예상외로 24%의 득표를 함으로써 정치적 이변을 연출했다.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꾼 수구정치세력은 이 득표를 계기로, 그리고 기존의 100석이 넘는 국회의석을 무기로 정치적으로 재기를 꾀하고 있다. 촛불혁명을 부정하는 이런 반혁명적 양상은 수구정치세력의 본거지인 경북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홍준표는 50%에 가까운 득표를 했다! 경북 지역은 이 반혁명 세력이 재기하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임이 확인되었다.
이렇듯 수구정치세력의 본거지인 경북에서 박정희 신화를 깨뜨리고 그 보루를 허물지 않는 한, 문재인 자유주의 정권의 적폐청산과 개혁은 난관에 부딪쳐 좌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될 경우 수구세력과 보수세력이 제휴하여 정권을 탈취함으로써 또다시 파쇼적 자본독재 정권으로 회귀할 위험성이 많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를 더 열심히 지지해야 하는가? 자유주의 정권을 아무리 열심히 지지해도 박정희가 5.16 반혁명으로 만든 구체제를 청산하지 않고는 적폐청산과 개혁조차 성공할 수 없다. 헬조선, 천민자본주의, 구체제, 박정희 –박근혜 체제 청산만이 반혁명을 막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진시킬 수 있다.
지난해 11월12일 민중총궐기로부터 고양되고 있는 노동자·민중의 혁명운동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계속 급진화되는 과정 중에 있다. 촛불시위로 이룩한 박근혜 퇴진은 이 혁명 과정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꼭두각시가 물러났다고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노동자·민중은 1단계로 박근혜 독재정권을 타도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등장했고, 이제 적폐를 청산하고 헬조선을 변혁하는 2단계로 접어들었다. 동지들, 직시하자. 1단계도, 2단계도 그 주역은 자유주의 세력과 그 정권이 아닌, 세상이 바뀌기를 염원하는 우리 노동자·민중이다. 그 성공도 실패도 우리 노동자·민중에게 달렸고, 우리의 미래도 그 성공과 실패에 달렸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느냐 비판하느냐 하는 평론을 넘어서 우리 노동자·민중이 주동적으로 적폐청산과 구체제 변혁의 임무를 받아안고 변혁투쟁으로 떨쳐나서야 한다. 노동운동·민중운동의 활동가들은 부문과 정파를 초월하여 이 역사적 운동에 복무하기 위해 대범하게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답답한 사람이 먼저 샘물 판다는 옛말이 있다. 여전히 수구세력의 보루가 되어 있어 가슴답답한 경북지역의 활동가들이 이 벅찬 임무를 위해 통 크게 통일·단결하여 전진하는 새로운 기풍의 노동·민중운동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