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변혁 부산추진위원회 발기문
2018년 10월 15일
문재인 정부를 태동시킨 촛불혁명은 국정을 농단했던 불의한 박근혜 정권을 단죄하자는 분노한 민심의 폭발이었고,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고 흙수저·금수저로 갈라진 희망 없는 대한민국인 헬조선을 갈아엎자는 노동자·민중의 열망의 폭발이었다. 또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네는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 부정한 방식으로 기업을 승계한 재벌일가, 정경유착으로 막대한 이익을 독점한 재벌기업집단을 심판하여 재벌세상을 끝장내자는 노동자·민중의 절규였다. 그리고 우리 노동자·민중은 연인원 1,7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군중결집이 만들어낸 이 촛불혁명을 문재인 정부가 올곧게 이어받아 완수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 기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저질러 온 정치적 적폐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온갖 사회적 적폐들을 청산하고 나아가 그런 적폐들을 빚어내는 낡고 부패한 헬조선 구체제를 변혁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인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현 정부는 촛불혁명을 만들어내고 지지한 민중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벌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벌과 손을 잡고 있다.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인 이재용에게 관여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주었다. 또 서울고법은 지난 2월 뇌물죄로 징역5년의 실형을 받은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더니, 박근혜정권의 대표적인 정경유착인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건넨 롯데 총수 신동빈에게도 원심을 파기하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이처럼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같은 자들을 그들이 저지른 죗값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재벌천국 노동지옥인 헬조선이다.
사법적폐 또한 마찬가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순종하지 않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찰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 또한 KTX승무원 비정규직 재판, 쌍용자동차 노동자 정리해고 재판,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통합진보당 의원직 재판, 일제하 징용노동자 손해배상 재판, 통상임금 재판 등 수많은 중요한 재판에서 자본과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재판권을 남용했다. 더구나 이런 재판권 남용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흥정거리로 삼아 청와대와 거래했다. 이러한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의해 임명된 ‘개혁적’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수차례 약속과 달리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해 반복된 영장기각과 증거인멸을 통해 수사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적폐들의 청산이 실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대선에서 공약한 사항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정규직 전환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상시 지속하는 업무임에도 정규직으로의 전환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자회사 고용으로 바꿔치기 하는 등 비정규직 제로와는 어긋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19대 대선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추진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과정에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사법농단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양승태의 사법농단이 합쳐져서 이루어졌으므로 원천무효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불법부당한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촛불혁명을 이룩한 민중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가 대통령 지지율이 80%의 고공에서 50% 미만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북관계 개선으로 그보다 소폭 상승하였으나, 그런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문제인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민중을 대표할 것처럼 선전해온 데 대한 우리 노동자·민중의 소박한 기대의 표현이었고, 최근의 지지율 추락은 그들이 (더 이상) 우리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노동자·민중의 실망감·배반감의 표현이다. 촛불혁명은 단지 박근혜 정권을 축출하고 정권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사회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나아가 그런 적폐들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헬조선을 체제를 갈아엎자는 노동자 민중의 총궐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중운동은 이제 문재인 정부를 불구경하듯 구경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헬조선을 해체·변혁하는 정치운동으로 힘차게 떨쳐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민중운동의 활동가들이 변혁적 정치운동의 선두에 설 정치투쟁체를 만들어서 과감하게 선도적 정치투쟁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조직과 조직대중이 움직일 것이며, 그래야만 촛불혁명 당시와 같이 광범위한 대중이 헬조선을 해체·변혁하는 정치투쟁으로 떨쳐나설 수 있다.
일본과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개항기부터 노동운동과 항일독립운동이 다른 어느 곳보다 먼저 시작되고 활발했던 곳, 유신체제를 몰락시킨 부마항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곳, 23년 만에 수구보수정당의 지배를 몰락시키고 지방권력을 교체한 곳, 그런 곳이 바로 부산이다. 이렇듯 연면한 변혁운동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수구보수 지방권력을 뒤엎은 역동적인 힘을 이어받아 헬조선 구체제 변혁의 임무를 기꺼이 받아안도록 하자. 이 벅찬 임무를 위해 우리 노동운동·민중운동 활동가들이 부문과 정당‧정파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대범하게 통 크게 단결하도록 하자. 이제 개혁이 아닌 변혁을 목표로 진취적으로 투쟁하는 새로운 노동‧민중운동의 기풍을 우리 부산지역의 활동가들이 모범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하자.